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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IDIOTAPE

[INTERVIEW] IDIOTAPE

암스테르담 멜크웨그에서 ADE 쇼케이스를 가졌다

글: 이대화

한국을 대표하는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이 세계적인 전자 음악 축제 ADE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가졌다. 공연장은 대부분 현지인들로 채워졌으며 흥분한 관객들이 함성을 지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관객 중엔 댄스 씬 관계자임을 나타내는 명찰을 목에 건 사람들도 보였다. ADE 활동을 마치고 출국을 앞둔 밴드를 호텔로 찾아가 쇼케이스 후기, ADE 기간 동안의 특별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ADE 공연도 대단하지만 공연 장소인 멜크웨그(Melkweg)는 암스테르담의 가장 중요한 공연장 중 하나입니다. 뿌듯했겠어요. 

A. 제제 :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했어요. 여기가 어떤 공연장이고, 역사가 깊고,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중요한 공연장이고, ADE에서 가장 중요한 베뉴고, 그런 얘기를 계속 들으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매니저에게) 이제 그런 얘기 해주지 마. (웃음)

Q. 공연 결과에 몇 퍼센트 정도 만족하세요?  

A. 제제 : 공연은 항상 똑같은 거 같아요. 50대 50이요. 로또 당첨 확률처럼 되거나 안 되거나. 아주 좋은 공연을 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은 분명히 있더라고요.

Q. 어떻게 성사된 공연인가요?   

A. 디구루 : 매년 ADE를 ‘갈까?’ 했는데 타이밍이나 조건이 안 됐어요. 이번에 한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잖아요.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ADE 전체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 했죠. 우리 매니저가 ADE 쪽에 우리 자료를 계속 보냈고, ADE는 베뉴들한테 그 정보를 쫙 뿌렸고, 멜크웨그에서 ‘어? 얘네 재밌겠는데?’ 하면서 성사가 됐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우리가 자비를 감내하면서 왔다는 것이고요. (웃음).

Q. 이디오테잎은 글래스톤베리에도 섰고, SXSW에도 섰고, 대중적으로는 ADE보다 유명한 페스티벌에 이미 몇 번 섰어요. 그런데도 자비까지 들여서 오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디구루 : 이 업계에 있는 관계자들, 이 씬을 만드는 사람들한테 우리 존재를 계속 어필하고, 그 사람들이 ‘어, 얘네랑 하면 뭔가 재밌는 걸 만들어낼 수 있겠다’를 확인시켜줘야 그 다음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로컬에 팬 베이스가 막 있지 않는 이상 페스티벌에 꾸준히 올라가긴 매우 어렵거든요.

Q.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디오테잎도 꾸준히 시도를 해야 하는 군요.

A. 디구루 : 그동안 저희는 기획자가 큰 맘 먹고 ‘아시아에 이런 사운드를 하는 애들이 있어. 한 번 맛 봐봐’, 이런 느낌으로 쭉 다닌 건데,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되는 거죠.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 (웃음) 아직 멀었어요.

Q. 이번 쇼케이스 후에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반응이 온 게 있었나요?   

A. 디알 : 그리스 쪽에서 기획을 하는 분인 것 같아요. “그리스에는 이런 페스티벌이 없다. 그래서 그리스에서 파티를 기획하고 싶은데 너희와 연락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대부분 아티스트와 직접 얘기하는데, 여기는 정말 중요한 얘기다 싶으면 멤버들과 얘기 안 해요. 와서 멤버를 봤더라도 ‘너희 공연 잘 봤어, 그런데 너희 매니저 어딨어?’라고 물어봐요. 저희는 나중에 전해듣는 경우가 많죠.

디구루 : 잔다리 페스타에서 저희 공연을 처음 봤던 영국 공연 프로모터 한 사람이 저희 잔다리 공연을 보고 마음에 들었나봐요. “우리 2주 뒤에 ADE 가” 그랬더니 “갈게” 그러는 거에요. 그러고는 진짜 왔어요. 영국에서 비행기 타고 ADE 와서 공연 보고 다음날 갔어요. 또 제가 케이팝 컨퍼런스 했잖아요. 끝나고 나왔는데 외국 A&R 관계자가 와서 어제 공연 너무 좋았다면서 “너 혹시 회사 같이 왔어? 매니저 어딨어?” 하면서 명함 주고 받고. 그럴 때 ‘아, 잘 왔구나’ 싶죠.

Q. 공연 하루 하고 나머지 기간엔 ADE를 즐기셨을 텐데, 어떤 이벤트를 다니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제제 님부터. 

A. 제제 : 씨피카(Cifika)한테 한 달 전 즈음 연락이 왔어요. 라이브 셋을 짜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주고 공연을 같이 했어요. 그 공연 하고 나머지 시간은 컨퍼런스도 다녀보고 머천다이즈도 좀 사고 클럽도 가보고. 사실 저희가 투어 나오면 별로 놀러다니거나 하진 않거든요. 특히 클럽은 잘 안 가게 되거든요. 다음날 이동해야 되니까. 클럽에 놀러가본 건 이번에 ADE가 처음인 것 같아요.

Q. 클럽 어디 가셨어요?  

A. 제제 : 셸터(Shelter)요.

Q. 셸터 정말 유명한데. 어떠셨어요? 

A. 제제 : 깜깜하더라고요.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들이 키가 커서 앞이 잘 안 보이고. (웃음) 공간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꼭 한 번 가볼만 한 것 같아요. 입구가 정말 멋있어요. 방공호를 개조한 클럽이더라고요. (바닥부터 위로 끌어올리는 문이라) 낮에 가면 문이 닫혀 있어서 아무 것도 못 찾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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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weekend this was.. Thank you to Berlin veteran DJ Pete, Ancient Methods and Regis for breaking down Shelter last Friday. The following night, co-hosted by @redbullmusicned saw an intimate performance by Chicago legend Larry Heard aka Mr. Fingers, with Mr. White and the man himself on vocals ❤ Big thanks to other excellent DJ sets by @sergeclone @dkmntl Soundsystem @wendel.sield and a killer closing set by the fabulous @carista.e 💥 . Coming up: the final weekend of September approaching with @petervanhoesen @rodmalmok and @mirella.kroes for a night of techno distinction. Then Saturday a very special one with celebrated French duo @cassius at the helm, joined by Shelter resident @wkdjoko and @lieketrienekens 🔥 . Tickets available via linktr.ee in bio. Photography by: @aliwasthere . See you on the dance 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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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알 님은 어떤 걸 하셨어요?  

A. 디알 : 저는 셸터 옆에 있는 파라디소 노드(Paradiso Noord)를 갔는데, 정말 세게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Q. 어떤 공연이었길래요? 

A. 디알 : 유라비아(Eurabia)? 공연장이 궁금하기도 했고, 우리 매니저가 초대받은 게 있어서 갔는데, 대박이었어요 정말.

제제 : 소개 글에 이렇게 써있었어요. 모로코 스타일의 힙합, 이집트 스타일의 레게 음악.

디알 : 일찍 도착해 그런지 아무도 없고 무대 세팅만 돼 있는 상태였어요. 무대에 다른 거 아무 것도 없고 건반 두 개만 딱 있었어요. ‘저걸로 무슨 라이브를 할까’ 싶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한 손으로 드럼을 치고 한 손으로 건반을 치고 혼자 라이브를 하는 거에요. 근데 무대에 있는 ‘장식’이라고 할까? 양 옆에 탄두리 치킨이 딱 있는 거에요. (웃음). 그때 되게 졸렸는데 그거 보고 잠이 확 달아났어요.

Q. 디구루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A. 디구루 : 도착해서 수요일에 공연하고 오늘 아침까지 항상 호텔 귀가 시간이 아침 6시 반, 7시 반, 그랬어요.

Q. 계속 클럽 가셨군요. 어디어디 가셨어요? 

A. 디구루 : 인스타로 알게 된 영국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저희 공연을 보러 왔어요. 1980년대 영국 애시드 하우스 씬이 생길 때 거기 같이 계시던 분이에요. 나한테 재밌는 거 보여준다고 게스트 잡아주고 다 해주는 거에요. 공연 끝나고 밥 먹고 멜크웨그 바로 뒤에 슈가 팩토리(Sugar Factory) 갔고, 그날 또 앤드루 웨더럴(Andrew Weatherall)이 라디온(Radion)에서 혼자 여섯 시간 셋을 했거든요. 근데 앤드루 웨더럴은 정말 제 생애 본 것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아요. ‘이 사람 진짜 미쳤구나’, ‘이게 어떻게 되지?’ 원래 그날 좀 쉬고 싶었어요. 낮부터 나와서 리허설 하고 그랬으니까. 그런데 새벽 4시부터 계속 ‘세 곡만 더 듣자’, ‘한 곡만 더 듣자’ 하다가 여섯시에 나왔어요.

Q. 올해 ADE에 한국 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그만큼 세계에서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A. 제제 : 페기 구(Peggy Gou), 예지(Yaeji), 시피카, 이디오테잎, 이런 뮤지션들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연관성을 찾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어? 한국에 뭔가 재밌는 게 많나보다?’ ‘새로운 게 많은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디구루 : 저는 반대로 구색맞추기라고 생각해요. 자기네 아티스트를 팔기 위한 일종의 미개척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마켓’으로서 한국이 매력적인 거죠. 아시잖아요, 우리가 얼마나 덤탱이 쓰면서 아티스트를 부르고 있는지. 많은 에이전시들이 그것에 대해 감사해 하고 있고. 그런 시장으로서의 관심이지 사실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은 10 중에 1 정도?

Q. 일렉트로닉 음악의 미래가 라이브가 될 거란 얘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라이브를 시도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A. 제제 : 사실 저희가 이디오테잎을 시작했을 때도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소울왁스(Soulwax), 저스티스(Justice) 같은 팀들이 인기 많았고 ‘이제는 라이브가 많아질 거야’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가 또 나오네요?

디구루 : 나는 좀 다른 맥락인 것 같아요. 새로운 세일즈 포인트를 찾은 거죠. 매스한 프로덕션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한 거에요. 가성비도 안 나와요. 그러면 이제 다른 세일즈 포인트를 찾아야 되는데 한때는 그게 가면이었죠. 그런데 그것도 약발이 다 떨어졌어요. 그럼 또 다른 형태의 퍼포먼스가 필요한데 그게 이제 약간 라이브처럼 보이는 그런 퍼포먼스 형태로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한국에도 이제 일렉트로닉 음악을 라이브로 구현하고 싶어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라이브를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조언을 준다면요? 

A. 디구루 : 투자를 많이 하세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이게 전자 악기라서 악기들이 가진 고유의 사운드가 있어요. 비싸고 좋은 걸 사라는 것이라기보다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해요. 이 장비 써보고 저 장비 써보고 이런 형식으로도 해보고 저런 형식으로도 해보고 많이 해봐야 뭐가 나와요. 겁내지 말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보시는 게 제일 빨라요. 공부 많이 해야 돼요. 매뉴얼 달달 외울 정도로. 그거만 해도 진짜 도움돼요.

제제 : 사실 냉정히 얘기하면 이디오테잎도 20년 전이었으면 할 수 없는 밴드였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원래 디스코도 그랬고 일렉트로닉도 그렇고 밴드를 하려면 키보드를 잘 치고 연주를 잘하고 그게 기본이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어느 정도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저희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이걸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부족한 것을 확실히 해야 돼요. 저희 팀이 가장 뛰어난 부분은 뛰어난 드러머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걸 우리의 강점으로 삼고 반대로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보완해나가는 거죠. 그래서 그냥 숨기지 말고 솔직해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잘하는 게 뭐고 못하는 게 뭐지?’ ‘그럼 이걸 어떻게 보완해서 좋은 라이브를 만들까?’ 그렇게 접근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Q. 디알 님의 답이 정말 궁금해요. 전자음악 밴드와 라이브를 이렇게 오래 해온 드러머가 없잖아요. 전자음악 라이브에서 드러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주신다면?  

A. 디알 : 제가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라이브는 그닥 특별한 게 아닙니다’에요. 내가 만든 곡을 내가 연주하지 못한다면 내 것이 맞을까요. ‘나는 라이브를 하는 뮤지션이야’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라이브는 당연한 거죠.

Q. 이제 곧 출국하는데요, 마지막으로 ADE를 경험한 소감을 말해주신다면? 

A. 제제 : 한 6년 전에 SXSW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케이팝 나잇 아웃’ 같은 걸 열었고, 그 이후로 록 밴드들 사이에 ‘미국에 진출하려면 SXSW를 가야 한다’ 이런 일종의 붐이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이 큰 기대를 품고 갔는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왠지 ADE도 앞으로 한 5년 동안 사람들이 큰 기대를 품고 올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근데 그런 거보단 여기는 그냥 졸라 재밌게 놀 수 있는 것 같아요. SXSW도 처음 갔을 때는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어, 여기 존나 재밌네?’ 했거든요. 내년에 친구들 동료들이 ADE에 많이 올 것 같은데, 일단 놀기에는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놀면서 업계 관계자들, 오거나이저들, 디제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더 좋은 것 같고요. 그게 ADE인 것 같아요.

November 1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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