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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BAGAGEE VIPHEX13

[INTERVIEW] BAGAGEE VIPHEX13

앨범 ‘Metamorphosis’를 발매한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의 새로운 사운드란?

Words: ARIEL JO

일을 많이 하는 것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워커홀릭으로 정평이 난 DJ 바가지 바이펙스써틴(Bagagee Viphx13)은 항상 다양한 작업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다보탑(Davotab)을 이끄는 동시에 프로듀서이자 DJ, 그래픽디자이너(zz77zz7), 그리고 페스티벌의 기획자로서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이번에 공개한 앨범 ‘Metamorphosis’에 그의 다재다능함을 적극적으로 담고자 했다. 음악 결과물은 물론, 모든 디자인와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도맡았다. 우멕(Umek)의 레이블 1605를 비롯하여 IAMT, Techburst, Natura Viva, Happy Techno, Legend, Black Kat, Reload 등 많은 레이블에서 발매된 곡들이 그의 음악적 발전과 변화를 보여줬다면, 본인의 레이블 다보탑에서 발매한 이번 앨범은 더욱 풍부해진 그의 음악세계를 표현했다.

리믹스곡 2곡을 포함해 총 10곡으로 발매된 이번 앨범은 서사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앨범 전반에 걸친 확실한 컨셉과 사운드 표현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그간 본인이 평소에 클럽에서 플레이하던 스타일과 지난 앨범의 사운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선공개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곡 ‘Orph’는 물론, 추후 공개된 다른 트랙들 역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디제이맥 아시아는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을 만나, 그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Q. COVID-19로 인해 많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으면서도 힘들게 지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도 거의 자가격리 당한 사람 수준으로 방밖을 안 나갔고, 프로듀서들이 그러하듯 첨단 사운드 시스템이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많은 생활을 하다 보니 안에서 영화보고 게임만 해도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마도 서울시 혹은 정부에서 자가격리 열심히 한 사람에게 상을 준다면 내가 받을 자신이 있을 정도다. 다만 DJ로서 클럽에서 관객과 교감했던 시간들이 너무 그립고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곡들을 클럽에서 테스트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분통스럽다.

 

Q.새 앨범 역시 자체 자가격리에 의한 결과물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노래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흐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에서 있을 시간이 자의적, 타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의자에 계속 앉아있을 수 있었고 작업물이 상당히 많아졌다. ‘Metamorphosis’는 앨범 제목이자 수록곡 중 하나인데, 이 곡은 국보1호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이미 2017년에 발매된 곡이다. 당연히 망했지만 가끔 디제잉을 할 때 섞어 틀곤 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궁금해하며 샤잠(Shazam)으로 검색을 하고 직접 물어보고 인스타그램으로 동영상을 올려주기도 하였다. 이를 보며 이 곡의 재발매를 통해 사람들에게 리마인드 시켜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클럽 크로마(Chroma) 시절 인연으로 에릭 스네오(Eric Sneo)에게 의뢰한 리믹스와 원곡까지 두 곡만 발매하려고 했지만 곡 ‘Oprh’의 다른 버전과 크리스 박(Chris Park)의 리믹스, 자의적 자가격리에 의해 탄생된 곡 등이 추가되어 10곡의 온전한 앨범을 발매하게 돼버렸다.

 

Q. 그렇다면 곡이 많은 ‘Metamorphosis’에 대한 EP로 봐야 하는가?

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그러했지만 곡이 모여갈 즈음 앨범으로서의 성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전 다른 음악이었지만, 재미있게도 2019년 국보3호에 수록했던 곡인 ‘Dayfly(하루살이)’라는 곡이 있었고 ‘Metamorphosis’는 직역하자면 ‘곤충의 변태’이다. ‘Dayfly’의 뮤직비디오에선 작은 스튜디오에서 쓰레기처럼 생활하다가 페스티벌을 가서 멋진 공연을 하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나의 삶을 담았었는데 하루 만에 있었던 수많은 변화가 꼭 곤충의 변태과정처럼 너무나도 극명한 변화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피에르 블랑쉐(Pierre Blanche)와 함께 작업한 인트로곡 ‘Nativity (탄생)’에 곡 ‘Hybrid (돌연변이)’, ‘Fractal(증식)’, ‘[M]Orph(변형)’ 등의 트랙들을 더해 컨셉을 완성시켰다.

 

Q. 사운드적으로도 ‘변태’ 과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평소에 발매해오던 트랙들과는 스타일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그전까지 발매했던 곡들은 Driving Techno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달려가는 듯한 기분의 Italo Bassline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더 느리고, 더 어둡고, 악기적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 곡의 작법에 있어서도 1차원적 아이디어이지만, 악기를 여러 가지를 사용하기보단 하나의 악기의 소리가 쉴새 없이 변화하게 오토메이션을 주었다. 이 역시 변태과정이라고 표현하려 했다. 특히, 곡 ‘Sub Fractal’, ‘Fractal’, ‘Orph (Midnight Mix)’에서는 베이스 라인이 모노 베이스였다가, 나중엔 굉장히 와이드 스테레오한 현악기처럼 변하게끔 사운드 디자인을 하였다.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가장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고민이 가장 많이 들어간 사운드가 아닐까 싶다.

 

Q. 대부분의 작업을 스스로 했다고 들었다. 지난 앨범들도 마찬가지지만 프로듀싱과 믹싱, 마스터링 그리고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감독, 편집, 유통, 홍보 등등의 일들을 스스로 해내었다. 그런 과정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혹자는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후회가 가득하다. 물론 몇몇 작업들은 상당히 만족스럽고, 스스로 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은 있었다. 하지만 사운드의 측면에는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작업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Orph (Dream Mix)’의 경우는 믹싱과 마스터링만 25번을 했다. 분명 스스로는 25번의 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더 좋은 곡으로 변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 같다. 발매 후 며칠이 지나 다시 들어본 사운드 퀄리티는 정말 참담했다.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물이지만 25번이나 다시 작업한 곡이 “이 모양 이 꼴이라니?”라고 느껴졌을 땐 너무 슬펐다. 그 기간 동안 클럽에서 테스트라도 해가면서 노래를 고쳐나갔다면 아쉬움이 좀 덜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클럽을 갈수조차 없었던 시기여서 더욱 슬플 뿐이다.

 

Q. 얼마 전 발표한 ‘Gaia’ 테크노 EP 와 는 정말 다른 앨범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작법과 스타일이 다른 것과 별개로, 2018~2019년이 나의 음악관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몇몇 TV 방송에 출연도 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SPP 음악감독을 역임하게 되며 음악을 제작해서 납품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행사 음원을 비롯하여 게임배경음악, 광고음악 등등 평소에 만들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다양한 음악들을 만들 줄도 모르면서 일이 닥쳤으니 그냥 해내버렸다. 이 과정이 공부가 되었고 정말 많은 사운드 데이터베이스가 쌓였다. 소위 말해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경험들이었다. 테크노만 죽어라 만들던 시기엔 테크노에서 거의 쓰지 않는 사운드나 어쿠스틱 악기의 사용을 아예 상상도 안하고 있었는데, 행사 음원들을 제작하며 첼로나 바이올린과 같은 신스가 아닌 현악기의 소리에 매료가 되고 이를 개인작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앨범 수록곡 ‘Fractal’ 또한 Leftfield Triphop 이라는 장르의 곡으로, 이 역시 예전 같으면 만들려고 시도조차 못했었을 음악이다.

 

Q. 이후엔 어떤 계획이 있나?

이 앨범 외에 EP가 9개 더 있다. 어떻게 순차적으로 발매를 할지 고민이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된 시기엔 사람들이 밖을 못나가니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로 영화, 드라마를 보는 상황이 도래해 음원시장엔 긍정적인 영향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이는 클럽과 댄스뮤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다. 댄스음악은 특히나 가사도 없는 나의 음악 같은 경우는 플레이 되어야 할 공간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스포티파이에서 조회수 높이려고 2분 미만짜리 음악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래에서 바가지 바이펙스 써틴의 앨범 전곡과 이번 앨범 수록곡 ‘Fractal’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July 9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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