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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Music in Video Games

Dance Music in Video Games

오늘날 아티스트들은 게임을 통해 새로운 작업물을 공개하고, 게임 내부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등,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멋진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주옥 같은 게임들을 만나보자.

Words: KEVIN KANG

플레즌트 파크(Pleasant Park)의 거대한 전광판에 ‘Marshmello’ 로고가 점멸하자, 무대 위에 수수께끼의 슈퍼스타 디제이 마시멜로우가 등장했다. 압도적인 크기의 홀로그램 댄서들과 화려한 조명까지, 엄청난 스케일의 이 날 공연에는 무려 1070만의 관객이 참여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2017년 기준 서울시 인구가 1017만이니 서울 시민 모두가 한 장소에 모인 셈이다. 다행히도 모두가 우려하는 대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공연은 포트나이트(Fortnite)라는 게임 속에서 개최된 이벤트다. 지난 반세기 동안 게임은 수많은 변화를 거듭해오며 우리의 삶과 음악 속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오늘날 아티스트들은 게임을 통해 새로운 작업물을 공개하고, 게임 내부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등,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멋진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주옥 같은 게임들을 만나보자.

 

Streets of Rage Series

비디오 게임의 황금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8-90년대에는 무수한 게임 장르가 새롭게 등장했고, 개중에서도 단연 꽃은 벨트 스크롤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벨트 스크롤 장르는 횡스크롤로 진행되는 격투 게임을 뜻하며 다수의 적을 상대하며 전진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테크노스 재팬(Technos Japan)의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 캡콤(Capcom)사의 파이널 파이트(Final Fight)를 포함해 주옥 같은 명작들이 쏟아진 8-90년대의 벨트 스크롤 게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있다. 바로 베어 너클(Streets of Rage) 시리즈다. 90년대에 3탄까지 발매된 게임은, 전 시리즈에 걸쳐 도시를 지배하는 범죄조직의 수장인 미스터 엑스(Mr. X)에 맞서 싸우는 세 명의 경찰관의 이야기를 다룬다. 1탄의 주인공 애덤(Adam), 액슬(Axel), 블레이즈(Blaze)는 경찰까지 매수한 조직과 맞서 싸우기 위해 사표를 내고, 거리로 나와 자경단으로 적들과 싸운다. “길거리 싸움”이라는 컨셉이 무색하지 않게, 플레이어는 맨주먹 격투뿐만 아니라 쇠파이프, 병 등 길가의 무기를 활용해 적을 상대할 수 있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부터 화려한 액션까지, 모든 방면에서 극찬 받는 베어 너클 시리즈는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이들의 성적표를 망친 주범이 아니었을까 싶다. 화려한 비주얼적인 요소 외에도, 게임은 신선한 사운드트랙으로 비디오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세가 제네시스(Sega Genesis)의 하드웨어를 통해 제작된 사운드트랙은 하우스, 테크노, 트랜스를 넘나들며 동시대의 보편적인 게임 음악과 궤를 달리했다. 하드웨어에 탑재된 야마하(Yamaha) FM 칩은 낮은 비트레이트로 16mb의 샘플을 저장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 같은 기술적인 한계 덕분에 낮은 퀄리티 음원 특유의 크런치한 사운드를 구현하며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베어 너클만의 특색 있는 사운드트랙이 탄생했다.

뮤지션 유조 코시로(Yuzo Koshiro)와 모토히로 카와시마(Motohiro Kawashima)가 제작한 사운드트랙은 당시의 클럽 음악을 비디오 게임 플랫폼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거리 외에도 정글부터 해변까지 다양한 장소를 넘나들며 배경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게임 개발 당시, 코시로는 하우스, 테크노 등의 전자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이를 비디오 게임에 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는 클럽 음악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롤랜드(Roland)사의 리듬 머신이 가진 특유의 음색과 퍼커션 사운드를 참고했다고 한다. TR-808과 909를 연상시키는 드럼 사운드가 가득하고, 사운드트랙 곳곳에서 하시엔다(Hacienda) 시절 애시드 하우스부터 데릭 메이(Derrick May), 케빈 선더슨(Kevin Saunderson) 등의 디트로이트 테크노 사운드가 녹아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발매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랑받은 게임의 사운드트랙은 “시대를 앞서나간 사운드”, “최고의 비디오 게임 음악“등의 수식어와 함께 세계적으로 극찬받으며 앨범으로도 발매되었다.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 썬더캣(Thundercat)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또한 게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베어 너클 시리즈 외에도 시노비, 캐슬베니아, 소닉 등 걸출한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유조 코시로는 현재 모토히로 카와시마와 함께 소나르(Sonar), 레드불 뮤직 페스티벌(Red Bull Music Festival)등 세계적인 페스티벌 무대에서 베어 너클의 라이브셋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90년대를 휩쓴 베어 너클 시리즈의 후속작을 발표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대부분이 무산되었으나 마침내 작년 9월 프랑스 개발자 팀 닷에뮤(DotEmu)가 25년만에 베어 너클 4를 발표했다. 발매 전부터 수많은 관심을 모은 게임은 전작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 그래픽이 도입되었고, 사운드트랙에는 유조 코시로 외에도 게임 음악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베어 너클과 함께 90년대의 향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Wip3out

테크노와 함께 즐기는 짜릿한 반중력 레이스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클럽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D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게임에 수많은 댄스 음악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앞서 설명한 베어 너클과 더불어 클럽 음악을 게임에 도입한 일등공신에는 와이프아웃(Wip3out)이 있다. 게임은 현재는 소니(Sony)에 인수된 당시 영국 리버풀의 사이그노시스(Psygnosis)의 개발진이 펍에서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래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게임은 다양한 비행선을 제작해 반중력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성능의 기체와 무기를 활용해 적들을 추월할 수 있다.

베어 너클과 마찬가지로, 와이프아웃 역시 엄청난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하다. CD 기술 덕분에 더 이상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도 게임에 곡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와이프아웃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음악으로 참여했다. 예명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를 사용하는 작곡가 팀 라잇(Tim Wright)의 박진감 넘치는 테크노 트랙 외에도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오비탈(Orbital) 등 영국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미래적인 게임에 걸맞은 음악을 제작했다. 사운드트랙은 인기를 끌며 1996년에 CD와 바이닐로도 발매되었다.

독특한 컨셉과 음악으로 와이프아웃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당시 경쟁사 닌텐도를 의식한 소니의 차별화 정책으로 클럽 컬쳐와 연계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게 되었다. 댄스 앨범의 커버를 연상시키는 패키징부터 지친 클러버들을 위한 오락거리로 클럽에 와이프아웃 부스가 비치되는 등, 와이프아웃은 대표적인 포스트 클럽 게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상업적인 성공은 라이센스 음악의 포문을 열었고, 후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게임을 통해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시대를 개척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은 2017년에 후속작 와이프 아웃 오메가(Wip3out Omega)로 새롭게 발매되었다. 전작보다 진보된 그래픽과 물리 엔진이 인상적이고, 보이즈 노이즈(Boys Noize), 나이프 파티(Knife Party), 프로디지(The Prodigy)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여 사운드트랙을 제작했다. 우중충한 겨울 날씨에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있다면 신나는 반중력 레이스를 즐겨보자.

 

Mortal Kombat

Dimitri Vegas로 플레이하는 격투 게임

심약자 주의!

앞서 언급한 게임 이외에도, 댄스 음악의 팬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게임이 있다. 바로 모탈 컴뱃(Mortal Kombat) 시리즈다. 시카고의 미드웨이 게임즈(Midway Games)가 제작한 게임은 대전 격투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으며, 이후 영화, 티비 시리즈, 만화책, 카드게임까지 출시되었다. 모탈 컴뱃은 선택받은 전사들이 차원계간의 운명을 걸고 싸움을 치른다는 설정이며, 판타지 세계관에 맞춰 인간, 악마, 외계인, 사이보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후속작에서는 할리퀸(Harley Quinn)과 조커(Joker)를 포함한 갖가지 DC 세계관의 캐릭터 외에도 에일리언(Alien), 프레데터(Predator), 터미네이터(Terminator) 등을 캐릭터로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작년 8월에는 2019년도 디제이 맥 탑 100 디제이의 우승자 디미트리 베가스(Dimitri Vegas)가 캐릭터 섭 제로(Sub Zero)의 스킨으로 출시되어 많은 EDM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디제이가 게임속 캐릭터로 등장할 정도로 모탈 컴뱃 역시 댄스 음악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게임 발매 이후, 이모탈스(The Immortals)라는 테크노 그룹은 게임을 컨셉으로 제작한 테크노 앨범을 공개했다. 광고에도 등장해 수없이 오마쥬된 캐치프레이즈 “Mortal Kombat!”과 중독적인 리듬으로 인기를 끈 게임의 유명한 테마곡 ‘Techno Syndrome’과 더불어 각 캐릭터별로 곡을 선보인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후 2011년에 재출시된 모탈 컴뱃을 기념해 무려 스크릴렉스(Skrillex)가 게임의 캐릭터 렙타일(Reptile)의 테마곡을 제작했고, 그의 팬이라면 모르기 힘든 곡 ‘Reptile’s Theme’이 탄생했다. 2011년도 앨범 ‘Mortal Kombat: Songs Inspired by the Warriors’에는 스크릴렉스 외에도 토키몬스타(Tokimonsta), 필릭스 카르텔(Felix Cartel), 나인스 원더(9th Wonder)등 여러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90년대 초에 처음 출시된 모탈 컴뱃은 우수한 사운드트랙과 게임성 이외에도, 당대의 그래픽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해 제작되어 당시의 게임에 비해 상당히 현실감있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게임, 상당히 잔인하다. 선혈이 낭자한 것은 물론이고, 목이 날라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게임에는 페이탈리티(Fatality)라고 하여 빈사 상태에 다다른 상대를 잔혹하게 마무리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폭탄이 든 케이크를 선물하는 조커부터 샷건으로 적을 산산조각내는 아놀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까지, 캐릭터의 컨셉에 맞춰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저세상으로 보낼버릴 수 있고, 모탈 컴뱃의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이와같은 잔인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투브(Youtube)에도 게임의 마무리 장면만 모은 영상들이 가득하다. (참고로 디미트리 베가스의 마무리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와 같은 게임의 잔혹성은 출시 이후 상당히 문제가 되었고, 이후 게임 심의 기구인 ESRB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타란티노의 킬 빌 같은 작품에 면역력이 없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GTA 5

The game we all know and love

범죄자들이 가득한 무법도시 로스 산토스(Los Santos)의 국제공항. 클럽의 프로모터 데이브(Dave)는 이 날 공연의 헤드라이너, 디제이 솔로문(Solomun)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있다. 그 때 다급하게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솔로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장이 약에 취해 조종석에서 뻗어버렸단다. 어느새 활주로도 지나쳐버렸고, 착륙은 물 건너가버린 비상상황. “솔리! 가서 뭐라도 좀 해봐. 버튼좀 눌러보라고! 너가 하는일이 그거잖아!” “이봐, 나는 디제이이지 조종사가 아니라고!“ 한 편의 액션 영화처럼 손에 땀을 쥐게하는 이 장면은 바로 GTA 5 온라인의 ‘After Hours’ 업데이트에 포함된 시나리오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등장한 수많은 게임들 덕분에, 오늘날 비디오 게임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곡을 선보이고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클럽 문화 역시 게임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며 세계 곧곧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2018년 업데이트를 통해 직접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출시한 GTA 5 온라인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각종 범죄자들이 가득한 무법도시 로스 산토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GTA는 “차량 절도“라는 이름처럼 각종 불법적인 활동을 통해 악명을 높이고, 범죄 도시의 정점으로 올라서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워낙 자유도가 높고, 즐길 거리가 많다 보니 여타 게임과는 달리 수동적으로 퀘스트나 가이드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어 본인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After Hours’ 업데이트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 위치한 클럽을 구매하고, 세계적인 디제이를 초청해 클럽을 경영할 수 있다. (사실 클럽은 위조지폐, 무기 거래, 마약 밀매 등 각종 불법적인 행위들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라는 상당히 GTA다운 설정이지만, 게임이 게임인 만큼 넘어가도록 하자) 인상적인 부분은 클럽의 조명을 비롯한 인테리어부터 셀럽들과 어울릴 수 있는 VIP 존, 비트에 맞춰 변화하는 각종 댄스 무브 등 자세한 디테일을 꼼꼼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개발사 락스타 게임즈는(Rockstar Games)는 게임에 실제 디제이들을 섭외했다. 게임에는 솔로문, 테일 오브 어스(Tale of Us), 블랙 마돈나(The Black Madonna), 딕슨(Dixon)의 세계적인 슈퍼스타 디제이 4인방이 등장하고, 실제 공연처럼 무대에서 디제이 셋을 선보인다.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해 게임 속의 디제이들은 실제 공연처럼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믹서의 노브를 돌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솔로문은 GTA에 등장하는 본인의 캐릭터를 배경으로 ‘Customer is King’이라는 뮤직 비디오를 공개했고, 테일 오브 어스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클럽 경영 컨텐츠 이외에도, GTA 시리즈는 차량을 탑승하면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각종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프로듀서 플라잉 로터스가 선보이는 플라이로 FM(Flylo FM)과 영국의 전설적인 라디오 디제이 자일스 피터슨(Gilles Peterson)의 월드와이드 FM(Worldwide FM) 등을 통해 도시 속을 질주하면서 다양한 전자음악을 접할 수 있다.  ‘After Hours’ 업데이트 이후에는 로스 산토스 언더그라운드(Los Santos Underground)라는 채널이 신설되어 디제이들의 셋도 감상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이번 휴가는 로스 산토스로 떠나 보는게 어떨까?

March 31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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