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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는 성장과 변화를 고민한 결과

‘NOVA’는 성장과 변화를 고민한 결과

기대작임을 증명하듯, 알엘 그라임의 신작 <NOVA>는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글: 이대화, 김빛나

본인도 놀랐는지 “Wow” 감탄사를 네 번이나 반복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았다. 그에겐 클락워크 시절도 있었고, 더 거슬러가면, 소파 위에서 리즌 사용법을 알아내려고 애쓰던 힙합 키드 시절도 있었다. 그의 지나온 날들과 새 앨범 <NOVA>에 대해 물었다.

Q. 작년 말에 북미지역 31개 도시에 걸친 ’NOVA’ 투어를 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A. 굉장한 투어였다. 신곡들을 많이 플레이했고 대부분 나의 음악으로 구성된 세트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공연에 몇몇 라이브 요소들도 가미했는데, 이는 내게 많은 가능성의 문들이 열리도록 해주었다.

Q. ’NOVA’ 투어가 거둔 자랑스런 성과들 중 몇 개만 소개해달라. 
A. 많은 것들이 ’NOVA’ 투어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한다. 첫 번째로, 역대 내가 플레이 해 본 룸들 중 가장 큰 룸에서 플레이를 했다. 무대 디자인과 공연 진행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고 이를 다수의 룸에 선보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트에 대해서도 매우 자랑스러웠다. 나의 모든 음악들을 일관성 있는 패키지로 선보이고 싶었고, 라이브 요소들(트리거 라이트, 드럼 패드 등)을 가미해본 것도 내겐 아주 새롭고 기가 막힌 성취였다.

Q. 최근엔 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많다. 아시아 관객들의 특별한 점이라면? 
A. 아시아 사람들은 댄스 뮤직에 있어서 매우 열려있다. 내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들떠있는데, 다시 오고 싶게 만든다.

Q.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안다. 혹시 집안 분위기도 남달랐나? 
A. 나는 유대관계가 긴밀한 가족 안에서 자랐다. 엄마, 아빠, 동생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 부모님은 LA에 계시기 때문에 매주 찾아 뵐 수 있다. 동생은 뉴욕에 살아서 보기가 좀 더 어렵지만, 그래도 우린 자주 얘기를 나눈다. 가족 모두가 내 인생에 있어 참으로 대단한 지지 역할을 한다.

Q. 부모님은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어머니는 예술 사진 작가이고 아버지는 (지금은 은퇴하신) 건축가이다. 두 분 다 매우 창의적인 분야 출신이시기에 어렸을 적부터 나는 음악, 미술, 영화 등의 광범위한 예술 분야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점이 창의적인 면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고, 오늘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 어려서부터 힙합을 좋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힙합을 좋아하기 시작했나?
A. 언제였는지 정확히 짚을 수 없지만, 아마도 6학년때쯤? 피프티 센트(50 Cent)부터 영 지지(Young Jeezy),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엠에프 둠(MF Doom)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프로듀싱에 특히 더 매료됐다.

Q. 그때 즐겨듣던 아티스트나 앨범을 알려줄 수 있나? 좋아한 이유도 궁금하다. 
A. 성장기에는 다음 앨범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들이었다 (분명 이밖에 더 많은 앨범들을 놓치고 있을 것이다). 엠에프 둠 <Operations : Doomsday>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랩퍼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을 통해 많은 샘플링 기술에 눈을 뜨게 됐다. 모스 데프(Mos Def) <Black on Both Sides> : 이것 역시 가장 좋아하는 앨범들 중 하나로, 학교 가는 차 안에서 이 앨범을 매일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디플로맷츠(The Diplomats) <Diplomatic Immunity> : 12살쯤 되었을 때 LA의 스케이트 가게에서 이 앨범을 처음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서 이 앨범을 틀고 있었고 그 당시 들어본 음악 중에서 엄청나고 굉장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영 지지 <Let’s Get It : Thug Motivation 101> : 실제 ‘트랩’ 드럼을 접하게 된 첫 계기들 중 하나. 매니 프레쉬(Mannie Fresh)는 성장기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중 하나였고, 내가 만들게 된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Q. 고등학교 때 처음 프로듀싱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때 음악을 만들던 작업실 풍경이 궁금하다. 
A. 고등학교 때 나의 작업실에는 진짜로 소파나 침대 위에서 리즌(Reason)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나밖에 없었다. 지금도 크게 변함 없는데, 지금은 책상에서 에이블톤(Ableton)을 사용하며 작업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똑같다.

Q. 클락워크로 활동하다가 알엘 그라임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A. 클락워크로는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나는 하나의 BPM, 한 가지 감정, 한 가지 틀 등에 아주 많이 제한되었다. 이에 넌더리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한때 거기서 느꼈던 마법을 잃은 느낌이었다.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었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것이 알엘 그라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Q. 클락워크 이름으로 음악이 안 나온지 꽤 됐다. 클락워크 활동도 언젠가 할 계획이 있나? 
A. 아무런 계획이 없다.

 

 

Q. 미구엘(Miguel)과의 작업에 대해 듣고 싶다. 미구엘을 콜라보 상대로 고른 이유는? 
A. 나는 섭외 담당자를 통해 미구엘을 만났고, 그를 내 공연 중 하나에 데려왔다. 미구엘은은 날것의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내 공연 중 하나에 다녀간 뒤로 나의 음악적 분위기를 완전히 이해했다. 우리는 그 이후에 서로 연결되어 ‘Stay For It’을 썼다.

Q. 같이 작업해보니 미구엘의 훌륭한 점은 무엇이던가? 
A. 미구엘 역시 LA에서 자랐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기 쉬웠고 잘 통했다. 스튜디오에 모인 첫 날, 그는 부스에 들어가 ‘Stay For it’의 대부분을 한 테이크에 뽑아냈다. 내겐 정말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Q. ‘I Wanna Know’에 대해 듣고 싶다. 데이어(Daya)를 콜라보 상대로 고른 이유는? 
A. 그녀는 아주 독특하고 힘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 처음 곡을 만들 때부터 그녀가 이 곡에 가장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데모를 보냈고, 다음날 만났는데, 놀라울 정도로 잘해냈다.

Q. ‘I Wanna Know’는 이전 음악들보다 팝 요소가 강하다. 변화의 계기가 궁금하다. 
A. 한편으로 생각했을 때, 내 입지를 굳건히 하고 싶었고, 이 앨범이 그저 정형화된 뱅어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밀고나가고 싶다. 송라이팅 과정에 작정하고 뛰어든 첫 번째 곡이었다. 프로덕션 측면에서는 ‘Because of U’ 나 ‘The Hills’ 리믹스 같은 예전 내 음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음악이 정말 자랑스럽다.

Q. <NOVA>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A. <NOVA>는 성장과 변화에 대한 끝없는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 음반을 만들 때 내게 영감을 준 예술 작품들, 이야기들, 순간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탐색하는 것들이었다. 예전 것을 떠나보내고 낯설은 혹은 미지의 것을 받아들이는 감정들 말이다.
내가 과거에 만들었던 음악은 어둡고 무시무시한 동굴, 깊은 지하세계에서 숨쉬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선 그렇다. 나는 항상 그러한 어둠 속에서 고조되는 무언가,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그것이 <VOID>였다.
<NOVA>에서는 그런 어둠에서 조금 빠져 나오되 완전히 버리진 않으려고 했다. 저 아래쪽 어딘가에서 발산되는 사운드를 취해다가 말 그대로 그것들을 하늘 위로, 우주까지 끌어올렸다. 밝은 것 속에서도 같은 종류의 힘을 찾아내고 싶었다. 소동이 벌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는 그런 걸 찾고 싶었다.

Q. ‘트랩’이란 장르명으로 불리길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하나? 
A. 단지 아티스트와 음악이 상자 안에 갇히는 걸 싫어할 뿐이다. 나는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을 듣기 때문에 다양하고 폭넓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상자 안에 집어 넣어지거나 한 가지로 이름 붙여져 고정되는 것은 앞으로도 항상 피하고 싶다. 나는 내가 내키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고 싶다.

 

October 10t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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