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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bagagee viphex13

[INTERVIEW] bagagee viphex13

“ADE에 도착하는 순간 왜 ‘댄스 뮤직 인더스트리’ 표현을 썼는지 알겠더라고요”

글: 이대화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은 소문난 ADE 전도사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ADE를 칭찬하고 권하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유머와 과장이 섞인 표현이긴 했지만 2016 아울 페스티벌 컨퍼런스 주제 중 하나가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의 경이로운 ADE 경험 전도”였다. 올해도 암스테르담 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그를 찾아가 왜 ADE가 매력적이며 꼭 가볼 만한 이벤트인지 물었다. 바가지는 올해 단순 관객이 아닌 다보탑 파티 주최자로 참여했다. ADE TV에 한국을 대표하는 디제이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올해 보고 느낀 것들과 이벤트를 주최하며 겪은 다양한 일화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Q. 올해로 몇 번째 ADE였나요? 

A. ADE에 많이 갔다온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꼴랑 두 번째 온 거에요. (웃음) 2016년에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가서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이걸 왜 지금 왔나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됐었죠. 2017년엔 1월에 발표되자마자 얼리버드로 티켓을 샀어요. 그런데 ADE 기간하고 아울 페스티벌하고 겹치면서 제가 아울 페스티벌 음악 감독이다보니까 안타깝게도 2017년은 패스하고 올해 2018년에 또 방문하게 되었네요.

Q. ADE에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A. 암스테르담에서 우버를 탔는데 기사 님이 그러는 거에요. 4일 동안 완전히 크레이지 시티로 바뀌는데 너무 운전하기 힘들다고. 암스테르담 인구가 82만이에요. 서울이라면 강남구랑 서초구에만 100만명이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 작은 도시에 ADE 때문에 35만 이상이 오거든요. 올해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매년 증가하니까 40만 가까이 왔을 수도 있겠죠? 82만 사는 도시에 40만이 늘어서 4일 동안 꿈처럼 순간적으로 도시가 확장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 인구가 오로지 댄스 뮤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오는 거잖아요! 댄스 음악을 경험하고, 참여하고 또 놀기 위해. 거기 기류가 정말 엄청날 수밖에 없죠.

Q. 저도 처음 가보고 정말 놀랐어요. 도시 중심가마다 ADE 팻말이 있더라고요. 

A. 도착하는 순간 왜 영어로 ‘댄스 뮤직 인더스트리’라는 표현을 썼는지 알겠더라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의해서 네덜란드라는 국가와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가 완전히 활성화되는 걸 경험할 수 있잖아요. 댄스 뮤직 산업이라는 게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해외를 나가서 단순히 페스티벌을 경험했을 때는 ‘와 멋있다, 재밌다, 프로덕션 대단하다’ 이런 걸 느낄 수 있지만, 단 4일 간의 ADE에 의해서 숙박, 교통, 음식점 등등 어떻게 도시와 시민의 라이프스타일 전체가 바뀌는지 볼 수 있잖아요. 그것도 해변 앞의 휴가철 같은 게 아닌 단지 음악에 의해서 말이에요!! 그런 걸 경험할 수 있어 정말 좋죠.

Q. 올해는 놀랍게도 ADE TV에 출연했습니다. 어떻게 섭외된 건가요? 

A. 운이 좋았어요. ADE가 매년 포커스를 두는 나라가 있잖아요. 1월 즈음 홈페이지에서 발표를 하거든요. 거기에 코리아가 선정됐고, 그러다보니 이디오테잎, 시피카 같은 기라성 같은 한국 아티스트들도 참여했고, BEPC 대표님이 토크와 컨퍼런스를 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기회들이 주어졌잖아요. 그 일환으로 ADE TV 쪽에서 한국 디제이를 요청했고, 그렇게 성사가 됐죠.

Q. 출연했을 때 기분은 어땠어요?

A. 제가 나간 살토(Salto)라는 TV는 네덜란드 공중파는 아니고 암스테르담 지역 공중파라고 하더라고요. ADE 기간에 ADE TV를 운영하고요. 사실 2016년에도 라이브 스트리밍 기회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건 ADE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조촐한 펍에서 하는 것이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진짜 방송국인 거에요. (웃음) 건물도 삐까번쩍하고 스튜디오도 프로페셔널하고. 제일 중요한 게 일하는 사람들이 진짜 프로페셔널하고 너무너무 친절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해 황송한 대접을 받다 왔거든요. 다들 살갑게 대해주고 인사해주고 그래서 기쁘게 했습니다.

Q. TV 출연 후에 방송 관계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게 있는지?

A. 피드백을 받은 게 많은데, 칭찬을 많이 하는 민족이라서 그렇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음악 틀고 내려왔을 때 엄지척 하는데 그냥 다 좋다 그러니까… (웃음)

Q. 올해 정말 많은 ADE 이벤트를 가보셨을 텐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벤트를 셋만 꼽아볼 수 있을까요? 일단 첫 번째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독야드(Dockyard) 페스티벌을 1번으로 꼽고 싶어요. 사실 예전엔 존재도 몰랐어요. 어웨이크닝스(Awakenings), 러브랜드(Loveland) 같은 유명한 파티 브랜드 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닥스 제이(Dax J)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어디서 트나 역추적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했어요. 갔는데 야외에 엄청 큰 뻘밭이 있고 크고 작은 7개의 텐트가 있는데 메인급 탠트는 가슈아우더 정도 크기였던 거 같아요. 근데 다 테크노에요. 스테이지가 일곱 개면 다른 장르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근데 다 테크노고, 다 꽉 차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거에요. 사람들한테 낑겨서 디제이를 보지도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우리나라 울트라나 월디페 만큼 사람이 있었어요. 테크노만 가지고 스테이지 일곱 개 운영하는데도 이게 먹히는구나 놀랐어요. 심지어 그 시점에 다른 데서도 테크노 파티를 똑같이 계속하고 있었잖아요. ADE 기간에 하루에 600개 정도 한다고 하니까.

Q. 일곱 개면 정말 규모가 크네요.

A.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모든 스테이지를 정말 저렴하면서도 잘 만들었더라고요. 컨셉 자체가 버려진 조선소를 표현한 듯한 낡은 느낌이었는데, 정말 가성비 좋게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구나 느꼈어요. 딱 보면 되게 예술적인데도 돈이 얼마 안 들었을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심지어 스테이지에 LED도 그렇게 많지가 않았어요. 정말 필요한 곳에만 조금 있는? 예술을 하는 데에 꼭 돈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구나, 예술을 돈으로 살 수는 없구나 느꼈어요.

Q. 두 번째 꼽는 이벤트와 그 이유는요?

A. 엘로우(Elrow)를 꼽고 싶어요. 엘로우는 인터넷에서 많이 접했죠. 이비자에서 가장 핫한 파티 중 하나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 경험해보고 프로덕션의 힘이 이렇게 셀 수가 있구나 느꼈죠. 어떻게 이런 물량과 이런 기획과 준비를 다 해낼 수 있고, 게다가 원래 이비자에서 하는 파티 브랜드인데 어떻게 외국에 나가서 하는데도 이게 다 가능하지? 놀랐어요. 오픈부터 들어가서 꽤 오래 있었는데 거의 2~30분에 하나씩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와요. 예전에 엘로우에 대한 기사? 인터뷰?를 접한적이 있었는데, 엘로우라는 파티 브랜드 시작이 헤드라이너를 지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어요. ‘헤드라이너들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또 그들 위주로 돌아가는 페스티벌과 파티의 반복 속에 망하는 클럽, 사라져 가는 페스티벌 뒤로 결국 돈 버는 것은 헤드라이너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섭외비 대신 프로덕션에 투자를 한 컨셉 이벤트만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수 있는 길이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하고 있는 존나페의 사상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실제로 파티를 경험하면서 내가 하는 것들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던 시간이었어요.

Q.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꼽아주신다면?

A. 저는 어웨이크닝스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웃음). 어웨이크닝스는 원래 실외 페스티벌이고 가슈아우더에서 하는 건 작은 클럽 버전이잖아요.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던 어웨이크닝스의 화려한 무대를 실내에 축약해 집어넣어서 수많은 프로덕션들이 레이어링되어서 절제해서 차근차근 풀잖아요. 그런 것들이 항상 놀랍고요. 이미 예전에 경험했던 거라 어느 정도는 알고 들어갔지만, 올해 바뀌었던 것들, 올해 연출한 것들도 놀라웠고. 또 워낙 제가 테크노를 좋아하니까. 팔이 안으로 굽듯이. (웃음)

다보탑 파티가 열린 10월 21일 밤, 파티 베뉴인 피프티 헤르츠(50:Hertz)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레이체 광장(Leidseplein)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이미 도착해있던 디제이 파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와보니까 파티가 끝났고 다들 밖에 나와 있네요.” 무슨 소린가 싶어 서둘러 가보니 클럽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최자 바가지와 열 명 정도의 지인 및 관객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황당하다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사연을 물어보니 사장이 갑자기 불을 끄고 가버렸다고 했다. 원래 그날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로 미루길 제안했다. 할로윈 파티가 한창이던 10월 28일 클럽 크로마에서 자세한 뒷이야기를 물었다. 이미 마음 속에서 정리가 끝난 듯,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바가지의 말투는 전혀 화나거나 억울해 보이지 않았다.

Q. 안타깝게도 다보탑 레이블 파티가 도중에 중단이 됐습니다. 혹시 왜 중단되게 됐는지 사연을 들을 수 있을까요?

A. 파티를 신나게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불이 환해지는 거에요. 어? 왜 갑자기 불을 다 켰지? 왜지? 하는데 갑자기 클럽 직원들이 다 퇴근하는 거에요. 그리고 디제이가 음악을 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기가 팍 내려가는 거죠. 사장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니네 왜 안 나가고 아직도 있냐’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셔터를 내려버리더라고요. 저는 파티를 더 하고 싶으니까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협상의 여지도 없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 됐어요. 그렇게 황당하게 쫓겨났죠. (웃음)

Q.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데요. 사장은 왜 그랬던 건가요?

A.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여러가지로 역추적해본 결과, 그 사장 입장에서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호객 알바를 안 썼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셔터를 내려버린 건데요.

Q.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호객 알바를 안 썼다는 이유로요?

A. 이 사람 딴에는 이런 거죠. 원래 일요일에 영업 안 해도 되는데 ADE 때문에 하게 됐고, 보셨겠지만 일요일 되면 사람이 확 줄어들잖아요, 사장도 집에 가고 싶고 그랬나보죠. 어떻게든 문 닫고 집에 갈 꼬투리를 잡았던 거죠. 너무 안타까웠던 건, 호객 알바를 안 써서 문을 닫겠다는 거였으면 차라리 저희한테 먼저 얘기를 해서 ‘니네 왜 호객 알바 안 쓰냐, 빨리 써라’, 그러면 우리가 ‘알았다 쓰겠다’ 하고 파티를 지속할 수 있는 거였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니네 안 썼잖아’ 하고 먼저 전기 내리고 가버렸거든요. 파티 팀을 대하는 태도나 외국에서 온 디제이를 대하는 태도가 리스펙이 전혀 없던 게 안타까웠어요. 전혀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문 닫고 갈 거다’ 이 마인드였거든요.

Q. 일방적으로 파티가 취소됐는데도 SNS에는 마치 바가지 님이 잘못한 것처럼 “망했다”고 올리셨잖아요. 혹시 억울함이나 부당함을 호소해 볼 생각은 없었는지.

A. 사실 당시에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황당하고 웃긴 거에요. (웃음) 댄스 뮤직 인더스트리를 이끄는 암스테르담에 왔는데 그 도시 클럽에서 70~80년대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게. 사장이 불 탁 끄고 셔터 내리고 가는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야구 빠따 들고 쳐들어가는 그 느낌 있잖아요, 그런 쌍팔년도 인상을 받았거든요. (웃음) 암스테르담에 대해 과하게 좋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한국에서도 안 그러잖아요. 너무 웃기니까 ‘이거는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싶더라고요. 더 잘하고 더 멋있는 거 언젠가 할 건데 그걸 하게 되었을 때 오늘을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상처를 별로 안 받았어요.

Q. 이 사건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요?

A. 제가 해외에서 다보탑 파티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커서 ‘아무데서나 하더라도 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자’ 이게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만약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멋있게 하고 싶었으면 사전에 베뉴를 더 알아보고 투자를 해서라도 정상적인 곳에서 했겠죠. 너무 하는 데에만 의의를 두는 바람에 이벤트를 너무 허접하게 몰고간 것도 제 불찰이라고 생각해요.

Q. 내년에도 ADE 파티 개최를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그렇다면 내년엔 어떤 걸 해보고 싶나요?

A. 다보탑 파티도 처음엔 이태원 도조에서 다섯 명 왔는데 꾸준히 하다가 이번에 스펙트럼 무대까지 올라갔거든요. 북방도 비아에서 조촐하게 목요일 파티하던 것이 몇 년 후엔 카스 비츠 나가서 우승하고 사람 많은 데서도 음악 틀어보게 되고 그렇게영광의 순간들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파티였단 말이죠. 월간으로 하면서 다음 달엔 이전 달보다 발전하고 그런 모습이 쌓이고 쌓였고. ADE는 1년에 한 번씩 하면서 다듬고 가다듬어서 한 10년쯤 됐을 때는 저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망해보니까 (웃음)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런 베뉴에서 하면 안 되고,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면 안 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이제 다 알게 됐잖아요.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겠죠.

October 30t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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